태권도 챔피언 품격은 더 빛났다! 금메달을 따고 웃을 수 없던 '박태준'

 올림픽 최초 태권도 58kg 남자 올림픽 금메달  

현지시간 7일 오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에페메르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58kg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에게 기권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준은 역대 한국 남자 선수 중 올림픽 58kg급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하였습니다.

한국 태권도 남자 58kg급 첫 금메달을 획득한 '박태준'(사진출처.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태권도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은 이번 파리올림픽이 처음으로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이대훈이 은메달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김태훈이 동메달, 2020 도쿄올림픽에서 장준의 획득한 동메달이 전부였습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손태진(68kg), 차동민(80kg 초과급) 이후 한국 남자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도 16년 만입니다. 3년 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던 한국 태권도는 박태준의 금메달 획득으로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았습니다.

박태준은 1라운드 경기가 시작한 지 6초 만에 몸통 발차기로 2점을 따냈고, 이후 박태준과 경합을 벌이던 중 박태준에게 발차기를 시도하다 박태준의 다리와 부딪힌 후 마고메도프는 왼쪽 정강이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습니다. 의료진이 들어와 응급조치를 받은 마고메도프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시합을 이어가 1라운드를 마쳤습니다. 

2라운드가 들어섰을때도 마고메도프는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날카로운 헤드킥을 시도하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지만, 박태준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면서 점수 차는 13:1까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결국, 종료 1분 5초를 남기고 박태준의 왼발에 몸통을 맞은 마고메도프는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돌렸고 연속된 박태준의 오른발 공격에 라인 밖으로 쓰려졌습니다. 헤드기어와 마우스피스까지 벗으며 고통을 호소한 마고메도프는 결국 기권했고 심판이 경기 종료를 선언하며 박태준이 금메달을 확정 지었습니다. 

금메달이 확정된 박태준은 당장의 기쁨보다는 결승전에서 함께 경합을 벌이다 부상을 입은 상대 선수를 먼저 살피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에도 상대 선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위로하기도 하였고, 경기 도중 매트 위에 누워있는 마고메도프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폈습니다. 또한, 경기가 끝난 뒤 마고메도프가 경기장을 떠난 뒤에야 태극기를 들어 보이며 세리머니를 하며 상배 선수에 대한 배려와 스포츠맨의 예의를 모두 지키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시상식장에서도 이어져 절뚝이는 마고메도프에게 선뜻 어깨를 내주고 시상대로 함께 향했고, 시상식장을 떠날 때도 박태준은 마고메도프를 부축해 함께 시상식장을 떠났습니다. 

한국 남자 태권도 58kg급 첫 금메달도 빛났지만, 끝까지 상대 선수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박태준의 모습이 금빛 메달보다 더 빛났습니다.

시상식을 마친후에도 끝까지 상대선수였던 마고메도프를 부축하며 내려오는 박태준(사진출처.연합뉴스)

 

 금메달 획득 후 웃지 못한 박태준

박태준은 제33회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가심 마고메도프를 기권승으로 이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값진 금메달에도 마냥 웃을 수 없었습니다. 

결승전에서 만난 마고메도프는 경기 초반 발목 부상을 입어 공격에 어려움을 겪었고, 박태준은 점수를 계속해서 확보하며 격차를 벌렸고 1라운드를 잡아내고 2라운드에 들어섰습니다. 문제는 2라운드에서 시작되었는데 13:1로 앞선 박태준은 승부에 쐐기를 박기 위해 맹공을 퍼부었고 박태준의 발차기에 허벅지를 맞은 마고메도프는 힘을 잃은 채 비틀거렸습니다. 박태준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마고메도프의 등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고 이에 마고메도프는 매트 밖으로 쓰러졌고 고통을 호소하며 헤드기어를 풀었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 결승 2라운드 고통을 호소하는 마고메도프 (사진출처.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러한 모습에 현장의 관중들은 박태준을 향해 야유를 보냈습니다. 이미 힘들어하고 있는 마고메도프를 다소 거칠게 몰아붙였다고 여긴 것입니다. 

하지만, 태권도 규정상 심판의 별도 선언이 있기 전까지는 공격을 이어나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고 특히,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올림픽 정신임을 생각하였을 때 오히려 상대 부상 상태를 고려해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태권도가 추구하는 '예의'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박태준은 기권승 이후 세리머니를 최대한 자제하고 마고메도프를 신경 쓰며 끝까지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췄고, 당사자인 마고메도프 역시 문제 요소가 전혀 없다고 했지만 아제르바이잔 현지 팬들의 의견은 이런 것들과는 별도인 듯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를 마친 후 파리올림픽 인스타그램에 박태준의 우승을 축하하는 게시물이 업로드되자 아제르바이잔 팬들의 비난 댓글을 시작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는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넘어지고 있는 마고메도프를 찬 이유를 모르겠어", "무례한 발차기다. 거짓 승리" 등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었고 이중 일부는 박태준 계정을 찾아 비난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박태준은 공식회견에서 "상대 선수의 부상에 대해서는 시합은 상대가 포기하거나 그만하기 전까지 상대한테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고 하였고 마고메도프 역시 끝까지 공격한 박태준의 집중력은 당연했다며 "이번에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4년 뒤 LA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박태준은 "평소 국제대회에서 자주 본 선수"라며 "미안하다 사과했고, 마고메도프도 '경기 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괜찮다'고 해 잘 마무리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남자 58kg 결승하이라이트

 

세계랭킹 1위 압도한 '박태준', 58kg 결승 진출 은메달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