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 PGA 내셔널 리조트 챔피언 코스(파71, 7,223야드)에서 열린 '플로리다 스윙' 첫 번째 관문, 코그니전트 클래식 인 더 팜비치(총상금 960만 달러)가 극적인 마무리와 함께 막을 내렸습니다. 최종 라운드 마지막 세 홀, 이른바 '베어 트랩(Bear Trap)'에서 벌어진 드라마는 이번 대회를 2026시즌 가장 뜨거운 명장면 중 하나로 남겼습니다.
최종 순위 리더보드(TOP10)

✅ 셰플러는 이번 대회 불참하였습니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시그니처 대회)에 주력하기 위해 코그니전트를 건너뛰었습니다.
에차바리아, '베어 트랩'이 만들어준 반전 우승 스토리
"나는 운이 필요했다"
니코 에차바리아(콜롬비아)가 통산 3승을 달성했습니다. 2023년 푸에르토리코 오픈, 2024년 조조 챔피언십에 이어, PGA 내셔널에서 극적인 방법으로 커리어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대회 내내 에차바리아는 조용히 선두를 추격했습니다. 최종 라운드 16번 홀 진입 시점에서 선두 셰인 로리에게 무려 3타나 뒤졌지만, 그 뒤 모든 것이 뒤집혔습니다.

베어 트랩에서 무너진 로리
셰인 로리(아일랜드)는 최종 라운드 전반부터 5언더 연속 버디 행진으로 완승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16번 홀 티에서 에차바리아를 3타 차로 따돌리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짓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PGA 내셔널의 악명 높은 피니시 구간 '베어 트랩(16·17·18번 홀)'이 그를 집어삼켰습니다.
16번 홀(파4)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흘러 워터해저드에 빠지며 더블 보기. 단숨에 선두를 에차바리아와 공유하게 됐습니다. 이어진 17번 홀(파3)에서도 아이언 티샷이 또다시 워터해저드로 향하며 연속 더블 보기. PGA 투어 커리어 최초의 연속 더블 보기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우승은 손에서 빠져나갔습니다.

로리가 흔들리는 동안, 앞 조에서 경기 중이던 에차바리아는 17번 홀(파3)에 이르러 약 10피트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단독 선두에 올랐습니다. 스코어링 텐트에서 로리의 18번 홀을 지켜보던 에차바리아는 로리의 티샷이 또 워터해저드로 향하는 것을 보고 우승을 직감했습니다. "17번 홀 티샷이 해저드를 넘어갈지 확신이 없었다. 넘어갔을 때 캐디가 그냥 넣으라고 했다. 18번 홀에서는 로리가 또 워터해저드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파만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우승 직후 소감을 밝혔습니다.
최종 스코어 17언더파 267타, 공동 2위 로리·스머더먼·무어와는 2타 차 단독 우승. 에차바리아는 마스터스 초청장까지 확보하며 2026시즌 최대 수혜자가 됐습니다.
화제의 인물
셰플러 — 이번 대회 불참, 아놀드 파머에 초점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이번 코그니전트 클래식에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올 시즌에만 이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 등 정상급 활약을 이어온 셰플러는 다음 주 열리는 시그니처 대회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2,000만 달러)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대회를 건너뛰었습니다. 에차바리아도 우승 소감에서 "셰플러처럼 매번 완벽한 위치에 공을 보내는 선수가 아니라서 운이 필요했다"고 세계 1위를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브룩스 켑카 — LIV 복귀 이후 첫 톱10, 퍼터 교체가 터닝포인트
LIV 골프를 떠나 PGA 투어로 복귀한 브룩스 켑카가 공동 9위(-10)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PGA 투어 복귀 이후 첫 톱10이며, 스트로크 플레이 기준으로는 2022년 WM 피닉스 오픈 이후 무려 4년 만의 톱10 진입입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장비 교체였습니다. 1라운드 3오버파의 부진 후 목요일 밤, 오랫동안 사용해 온 스카티 카메론 블레이드 퍼터를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투어 X 말렛 퍼터로 바꿨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후 3라운드를 13언더파로 마치며 최종 라운드 65타(대회 공동 최저타)를 기록했습니다. "퍼터 하나가 다 바꿨다. 목요일 밤이 돌파구였다"고 켑카는 말했습니다.
한국 선수들 최종 결과
김주형 — 59위, 더블헤더 강행으로 더 주목
합계 1언더파 283타를 기록한 김주형은 공동 59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1라운드 4오버파 75타로 공동 108위까지 처졌다가, 2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7타를 치며 순위를 공동 54위까지 끌어올려 3라운드 막차를 탔습니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11번 홀 4퍼트 더블 보기로 흔들리며 다시 하위권으로 밀려났습니다.

성적보다 더 주목받은 것은 이날 '더블헤더'였습니다. 김주형은 코그니전트 클래식 최종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8km 떨어진 주피터 링크스로 이동해 스크린 골프 리그 TGL 경기에 나섰고, AP통신이 이를 더블헤더라고 전하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공동 13위 맥스 호마도 김주형과 함께 같은 더블헤더를 소화했습니다. 김주형에게 올 시즌 첫 톱10은 다음 주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로 미루어졌습니다.
김성현·이경훈 — 컷 탈락
김성현은 4오버파 146타, 이경훈은 7오버파 149타로 나란히 컷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이경훈은 고관절 부상 이후 약 1년 만에 PGA 투어 정규 대회에 복귀한 무대였는데, 몸 상태가 아직 100%가 아닌 만큼 이른 복귀전의 결과 자체보다는 복귀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이 맞습니다.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 대회에서 반등이 기대됩니다.
베어트랩은 왜 이렇게 무서운가?
PGA 내셔널 챔피언 코스의 16~18번 홀을 묶어 '베어 트랩'이라 부릅니다. 세 홀 모두 워터해저드가 티샷 라인이나 그린 근처를 위협하고, 바람까지 더해지면 아이언 클럽 선택 하나가 승부를 가릅니다.


이번 대회에서 로리가 16번 홀 티샷을 오른쪽 해저드로 보낸 것은 주말 내내 이 홀에서 유일한 티샷 해저드였습니다. 그러나 연이은 17번 홀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연속 더블 보기. 5년 연속 코그니전트 클래식 톱11 안에 들었으나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로리에게 또다시 이 코스는 잔인한 무대가 됐습니다.
플로리다 스윙, 이제 아놀드 파머다!
코그니전트 클래식의 막이 내리고, PGA 투어는 곧바로 다음 주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시그니처 대회, 총상금 2,000만 달러)로 이동합니다. 이번 대회를 쉰 셰플러를 비롯해 맥길로이, 플리트우드, 모리카와 등 최정상급 선수들이 베이 힐에 집결할 예정입니다.

올 시즌 아직 첫 우승이 없는 김주형에게도 다음 무대가 중요합니다. PGA 투어 한국 팬들의 눈은 이미 다음 주 올랜도로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