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 플레이' 징계 이후 15개 대회만에 마침내 첫 우승 "윤이나"
오구 플레이로 징계받았던 윤이나가 KLPGA투어에서 이번 시즌 세 차례 준우승이라는 아쉬운 기록을 깨고, 15개 대회만에 마침내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4일 제주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주 삼다수 마스터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낸 윤이나는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며 대회 우승자가 되었습니다.
공동 2위였던 방신실, 강채연, 박혜준을 2타 차로 따돌리며 단독 선두에 나선 윤이나는 신인이었던 2022년 7월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수 2년여 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우승 상금 1억 8000만원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시즌 상금 7억 3143만원을 쌓은 윤이나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랭킹 2위로 도약하였고, 대상 포인트에서도 315점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징계에서 복귀한 윤이나는 이번 시즌 총 14개 대회에 출전하여 준우승 3회, 3위 1회를 거두며 우승의 문턱은 넘지 못했지만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다 15번째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우승의 문턱을 넘으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윤이나는 장타뿐만 아니라 정교한 샷과 퍼트 실력으로 타수를 줄여 나갔습니다. 전반에만 3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5타 차 단독 선두로 경기를 치렀습니다.
1번 홀(파5)에서는 칩샷을 2.4m, 6번 홀에서는 50도 웨지 샷을 1.7m에 붙이며 버디를 잡아내며 타수를 줄이던 윤이나는 13번 홀(파3)에서 친 티샷이 그린 옆 벙커에 빠졌고, 파 퍼트마저 놓치며 보기를 기록하며 2위 그룹과 격차가 3타로 줄었습니다.
이어, 16번 홀(파3)에서도 티샷을 벙커에 빠트린 윤이나는 1.2m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습니다. 윤이나는 18번 홀(파5)에서 드라이버를 잡지 않고 유틸리티 클럽으로 티샷 하는 안전한 방법을 선택했고 파로 마무리 지으며 선두 자리를 지켜내며 우승을 차지하였습니다.
25개월 만의 우승을 차지한 윤이나는 챔피언 퍼트하는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골프를 할 수 있을지도 몰랐는데 우승 퍼트 순간을 맞이하게 돼 표현하지 못할 만큼 많은 순간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며 "짧은 10cm도 되지 않은 퍼트였지만 이걸 마무리하고 나서 생각하자고 다짐했다"고 챔피언 퍼트 순간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루키 시즌보다 발전한 부분에 관한 질문에는 "샷과 페어웨이 적중률이 좋아졌다. 최근 경기에서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샷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윤이나는 이어 자숙 기간을 회상하며 "1년이라는 시간이 내게는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인생에 대해 고민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철학적인 생각도 많이 했다"며 "주변에서 엇나가지 않게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도와주셨다. 옆에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계속해서 사랑해 주신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며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우승을 확정 지은 후 동료들이 다가와 물을 뿌려주자, 윤이나의 눈시울은 붉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윤이나는 "너무 감사했다. 그 상황에서 물을 뿌린다는 것이 축하의 의미인 듯해 진심으로 감사했다"며 우승을 축하해준 동료 선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처음보다는 다른 선수분들이 조금 더 반갑게 인사를 받아준다. '수고했다', '잘했다'고 해주기도 한다"며 "앞으로 경기를 해나가면서 선수들에게 조금 더 밝게 인사하고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이나 '오구 플레이'
필드에서 자신의 볼이 아닌 다른 공을 치는 일명 '오구 플레이'는 가벼워도 2벌타, 심각하면 대회 실격 조치까지 당할 수 있는 큰 실수이지만 보기 드문 일은 아니기에 아마추어는 물론 프로들도 종종 이 때문에 문제가 되고는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구 플레이를 저질렀어도 최대한 빨리 정직하게 신고하면 그 경기는 잘못될지 모르지만, 그 이상의 피해는 보지 않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많은 프로선수들이 오구 플레이를 저질러 경기를 망친 적도 있고, 세계 최정산급 프로 선수인 더스틴 존슨도 겪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오구 플레이를 저지른 선수가 정직하게 신고하고, 벌타나 실격 등 대가를 치르게 된다면 이후, 그를 비난할 이유는 없는 셈입니다.
윤이나의 '오구 플레이', '오구 플레이 은폐', 출전 정지 3년
2022년 6월 16일 KLPGA투어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 출전한 윤이나는 풀숲에 떨어진 공을 찾던 중,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을 치며 이른바 오구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더스틴 존슨과 같은 세계적인 선수도 저지른 적 있는 오구 플레이인데, 정직하게 자신의 실수를 신고하고 벌타나 실격 처분을 받았다면 이제 막 KLPGA 무대에 데뷔한 신인이 오구 플레이를 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윤이나는 당시 선수 본인은 물론 캐디, 코치, 부모 등도 상황을 알았을 가능성이 컸지만 누구도 상황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경기를 이어갔고, 오구 플레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오구 플레이 은폐'를 저지른 것입니다.
이후 윤이나는 사건 후 한달이나 지난 뒤에야 이 사실을 이야기했으며, 그것도 오구 플레이 은폐 사실이 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문제가 더 커질 것을 대비해 뒤늦게 신고한 것으로 여겨져 더 큰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신고 후 윤이나는 '15번 홀에서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 공을 찾던 중 앞쪽에 있는 깊은 러프에 공이 있다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그것이 저의 공인 줄 알고 플레이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곧 저의 공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처음 겪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순간 판단이 서지 않아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플레이를 이어 갔습니다. 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라며 사과문을 통해 용서를 구했지만, 전례조차 찾기 힘든 '오구 플레이 은폐 사건'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이에 KGA(대한골프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윤이나에게 대한골프협외 주최, 주관 대회 3년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위원회는 윤이나 선수가 골프 규칙에 위배되는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다음 날까지 출전해 대회 질서를 문란케 한 점, 국가대표 출신으로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골프 규칙 위반을 숨기다 상당 기간 경과 후 자진 신고함으로써 골프의 근간인 신뢰를 훼손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점을 징계 사유로 삼았습니다. 비록 늦게나마 스스로 신고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골프인 품위를 훼손시킨 행위'라고 밝혔습니다.
3년 출전 정지 처분은 KLPGA 역사상 가장 무거운 징계 중 하나로 평가되었습니다.
징계기간이 3년에서 1년 6개월으로 감면되며 2024년 올해 복귀한 윤이나
KLPGA는 2022년 오구 플레이 논란으로 3년의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윤이나에 대해 징계 기간을 3년에서 1년 6개월로 감면했습니다.
이는, 2024년도 KLPGA 제1차 이사회에서 KLPGA 상벌분과위원회의 윤이나 정회원 징계 감면 추천 건에 대해 논의한 결과, 상벌분과위원회의 추천을 수용하여 윤이나의 출장 정지 징계를 감면한 것이라고 밝히며 이에 따라 윤이나는 2024년 4월에 열린 2024 시즌 KLPGA투어 국내 개막전부터 출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KLPGA는 "스폰서를 비롯한 골프 관계자, 골프 팬, 전체 회원 등의 입장과 윤이나 선수에 대한 대한골프협회의 징계 감경 등이 고려됐다"며 "장시간 논의가 이어지면서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KLPGA는 논의 과정에서 "선수가 상금을 기부하거나, 선수에게 사회봉사활동 시간을 부여하자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KLPGA 제 4차 상벌분과위원회에서 징계 이후 윤이나는 약 50여 시간의 사회 봉사 활동,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 투어에서 받은 상금 전액을 기부, 유소년 선수에게 무료 골프 강의를 하는 등 진지한 반성과 자성의 시간을 보낸 점을 고려하여 KLPGA 주최 및 주관대회 출장정지 3년(2022.09.20~2025.09.19) 징계를 1년 6개월(2022.09.20~2024.03.19)로 감면하는 것을 KLPGA 이사회에 추천하였고, 이사회에서 토론을 거친 결과 2024년도 KLPGA 제1차 이사회에서 논의한 것으로 결정된 것이라 밝혔습니다.
윤이나 복귀 그리고, 복귀 후 첫 우승
오구 플레이로 3년의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징계 기간이 줄어들며 오구 플레이 논란 이후 첫 대회에 참가한 윤이나는 티샷을 하기 전에 갤러리들을 향해 사죄의 인사로 대회 1라운드를 시작하였습니다.
환호하며 윤이나를 반기는 팬들도 많았지만, 골프계 구성원을에게는 윤이나의 복귀가 반갑지만은 않은 눈치였습니다.
윤이나의 이번 대회 출전이 알려지자 윤이나의 많은 팬들은 환영했지만, 골프계에서는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골프라는 종목의 공정성을 훼손한 선수를 조기에 복귀시킨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며, 동료 선수들 역시 돌아온 윤이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냉랭해 보였습니다.
골프계에 따르면 대회 전주에 진행된 KLPGA 프로 세미나에서도 일부 선수들은 윤이나의 복귀를 반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회 첫날 '윤이나 파이팅', '기다렸다 윤이나' 등을 오치는 팬들과는 달리 연습 그린에 모습을 드러낸 윤이나를 보자 다른 선수들은 윤이나와의 인사를 피하거나 무표정으로 답하는 등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습니다. 또한, 일부 선수들은 윤이나의 조기 복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 등 반응은 생각보다 싸늘했습니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 이어졌던 가운데 이번에 열린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대회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윤이나에 대해 축하 물세례 여부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윤이나의 우승 순간 함께 경쟁을 펼친 강채연(21.파마리서치), 박혜준(21.한화큐셀), 방신실(20.KB금융그룹), 노승희(22.요진건설산업), 이가영(25.NH투자증권) 등 동료 선수들이 축하의 물세례를 하며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누어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윤이나는 "우승을 축하해 준 동료들에게 감동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복귀 초반보다는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시고 경기를 마쳤을 때 수고했다는 말도 듣고 있다. 앞으로도 밝게 인사하고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우승 기자회견에서도 잘 웃지 않은 윤이나를 향해 자숙 때문에 우승 후에도 표정이 밝지 않은 것 같다는 질문레 "그래도 처음 복귀했을 때보다는 밝아지지 않았나요?"라고 되물으며 복귀 후 잘 적응해나가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향후 목표에 대해서는 "사실 올해 복귀가 가장 큰 선물이라서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 못했는데, 지금처럼 매 순간 감사하며 건강하게 골프를 즐기는 것이 목표"라며 "나중에 조금 더 훌륭한 선수가 되면 진심으로 골프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다짐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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