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양궁 간판 "임시현" 파리올림픽 3관왕 달성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한국 여자 간판 임시현(한국체대)은 남수현(순천시청)을 7:3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로써 임시현은 여자 단체전 10연패, 김우진(청주시청)과의 혼성 2연패에 이어 개인전까지 우승하며 파리 올림픽 3관왕을 달성하였습니다.
결승전에서 만난 임시현과 김우진은 1세트에서는 나란히 10-9-10점을 기록하며 29:29 동률로 시작하였고, 이어진 2세트에서는 임시현이 첫발 9점 이후 연속 10을 기록하였으며 남수현은 두 번째 발을 7점을 쏘며 29:26으로 임시현이 승기를 잡으며 세트 점수 3:1이 되었습니다.
이후 3세트에서는 임시현은 10점 세 발의 '퍼펙트'를 기록하며 27점을 쏜 남수현을 이기며 세트 점수 5:1이 되었습니다. 4세트는 남수현에게 세트를 내주며 세트 점수 5:3으로 쫓기는 상황에 5세트를 맞게 되었습니다.
5세트에서 임시현은 첫발을 10점에 꽂았지만 두 번째 발이 8점이었으며, 남수현은 반대로 첫 발을 8점에 두 번째 발을 10점에 꽂으며 동점을 이루는 듯해 보였지만 남수현의 마지막 화살이 8점, 임시현은 10점으로 28:26으로 임시현의 우승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로써 금메달은 임시현의 목에 은메달은 남수현의 목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결승전에서 집안싸움으로 만난 임시현과 김우진은 비록 메달 색을 달랐지만, 한국 선수 두 명이 양궁 개인전에서 나란히 금, 은메달을 차지하게 된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무려 20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앞서 여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힘시현은 이번 대회 3관왕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는데, 올림픽 양궁 3관왕은 혼성전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던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안산(광주은행)에 이어 두 번째 기록입니다.
더욱이 눈에 띄는건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데 이어 2연속 메이저 대회 3관왕을 달성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한국 양궁 역사상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이어 잇따라 3관왕에 오른 선수는 임시현이 최초입니다.
임시현은 사실 2년 전만 해도 무명이나 다름없었지만,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깜짝 1위를 차지하면서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특히 항저우아시안게임 때 임시현은 개인, 단체, 혼성단체를 휩쓸며 37년 만의 양궁 3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쓰며 임시현이라는 '양궁여제'의 탄생을 알리는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였습니다.
아시안게임 3관왕 이후에도 임시현은 슬럼프를 겪지도 자만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였고 그 결과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랭킹라운드에서도 세계 신기록(694점)을 쏜 것을 시작으로 출전하는 경기마다 신궁의 실력을 뽐냈습니다.
대회를 마친 후 만난 임시현은 "단체전과 혼성전까지 이미 2관왕을 했기에 앞선 경기와는 다르게 과정에 집중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결과까지 따라와 줘서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임시현은 "누군가 나에게 항저우 3관왕을 했는데, 바로 다음 대회에서 또 3관왕을 하는 게 쉬울 것 같냐고 했다"며 "그래서 (그 어려운) 바늘구멍을 통과했다'는 의미로 세리머니를 했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는 금메달을 확정한 뒤 시상대에서 보여준 세리머니로 임시현은 엄지와 검지로 원을 그린 뒤 이를 눈에 붙여 보였습니다. 편 손가락 3개는 '3관왕'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두 손가락으로 만든 '바늘구멍'을 의미하는 '원'이 중요했던 세리머니였습니다.
그러면서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오르는 건 열심히 준비했는데 빨리 끝나면 아쉬워서 더 악착같이 쏘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습니다.
임시현은 "한국 선수들과의 경기가 오히려 과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 "4강에서도 어차피 한 명은 결승에 간다 생각하고, 결승에서도 우리가 금과 은메달을 나눠 가지니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하며 "다음 목표는 일단 생각하지 않는다. 4년 뒤 LA 올림픽이 있지만 아직은 너무 멀기에 일단은 지금을 즐기겠다"라고 웃어 보였습니다.
"그래도 다음 목표를 찾는다면 남자부의 김우진과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다"라며 "오랫동안 대표 생활을 하면서 꾸준하게 하는 점이 정말 본받을 만하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여자 양궁 개인전 은메달 '연습벌레 남수현'
한국 여자 양궁팀 '황금막내' 남수현(청주시청)은 자타공인 연습벌레입니다.
임시현은 "남수현은 진짜 연습벌레다. 훈련량이 진짜 많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연습벌레입니다. 스스로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제대로 쉬었던 날이 없던 것 같다. 집이 멀다 보니 집 갔다 오는 날 정도를 제외하고는 선수촌에 있는 날은 거의 매일 개인 운동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남수현이 이처럼 연습벌레가 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이는 남수현이 대표팀 합류 후 많은 것을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장비부터 자세까지 전부 바꾼 남수현은 "장비 쪽으로는 거의 다 바꿨다고 보면 될 것 같고, 자세도 보강했다"며 "감독님 말씀으로는 중학생 자세였는데, 지금은 실업팀 자세라고 이야기하시더라. 이제 어른이 된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자세를 단기간에 바꾸기란 쉽지 않지만, 남수현은 이를 어떻게든 해내려 했던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남수현은 "대표가 선발되고 이제 10연패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다 보니 최대한 빨리 받아들이고 바꾸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파리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열매를 맺었습니다. 결승에서 아쉽게 임시현에게 패했지만,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한 남수현은 대성공적으로 생애 첫 올림픽 무대를 장식했습니다. 남수현은 "최대한 즐기면서 제가 준비했던 거를 다 보여 주자라는 게 목표였는데 그거를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 정말 기쁘다. 시현 언니와 결승전을 해 정말 영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남수현은 결승전 후 참았던 눈물을 터뜨린 데에 대해 "진짜 참고 있었는데 양창훈 감독님께서 이제 너무 고생했다고 자랑스럽다고 해주신 그 한마디에 터져버렸다"며 멋쩍어하며 이야기했습니다.
남수현은 이번 올림픽 전까지는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했던 선수이기도 합니다. 국가대표 상비군이 되자마자 올림픽에 출전한 사례 역시 남수현이 최초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선발전을 뚫고 1점 차로 커트라인 3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올림픽 사전 적응 훈련인 스페셜 매치 1차 개인전에서 1위를 차지하더니 올림픽에서도 역시 겁 없는 슈팅으로 메달을 따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남수현은 "감독님이 10년 이상 전성기를 이룰 수 있다는 말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다"며 다짐을 했습니다.
"나도 불안했다" 이제는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는 여자양궁 양창훈 감독
여자 양궁 대표팀은 3일로 2024 파리 올림픽 경기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여자 대표팀은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을 거두며 10연패를 달성하였고, 임시현이 김우진과 함께 출전한 혼성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개인전 동메달 하나만 제외하고 개인전 금, 은메달을 모두 가져오는 기록을 써냈습니다.
이번 여자 대표팀이 구성되었을 때 전훈영과 남수현의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하는데에서 경험 부족이 대표팀의 발목을 잡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런 대표팀 구성은 여자양궁 양창훈 감독에게도 불안감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 감독은 "나도 불안했다"며 속마음 털어놓으며 "초반에 월드컵 나가서 중국에도 밀리고, 성적이 안 좋고 선수 구성이 전부 새로 바뀐 터라 최약체니, 구성이 약하다니 이런 말들을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돌아보았습니다.
선수들은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양 감독의 지도 아래 하루 400~500발씩 화살을 쏘며 맹훈련을 하였고, 팀 훈련을 마치고 쉬던 양 감독이 밤에 나와보면 선수들이 별도로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며 "선수들이 하루에 600발 쏜 적도 있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리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이 '최강 한국 여자 양궁'이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도 솔직히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우려와 불안감은 개인전 동메달을 제외한 모든 메달을 싹쓸이한 한국 양궁 여자 대표팀에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걱정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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